EMG 66/57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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픽업 바꿈

EMG 66/57이라는 건데, 신형이고 PAF성향임. 너무 모던하지 않겠다 싶어 골랐다. 그리고 원래 난 신상을 좋아함.

 

그동안 플레임브이를 상당히 만족하며 잘 사용해오긴 했지만 딱 하나 불만이 있다면 픽업이었음.

분명 좋은 목재, 좋은 마감인데 소리가 너무 고음이라고 해야하나, 좋게 말하면 투명함이고 그냥 남들이 들으면 시끄러움이 강했었다.

 

여러가지 공부를 해보니 마이클쉥커 커스텀 픽업은 깁슨 498R/500T 기반에서 조금 더 감아서 강하게 만든 픽업.  쉥커 스타일 곡을 하면 마샬 게인톤으로 뽑으면 소리가 좋긴 하나, 내 느낌은 세줄 이상 스트럼을 하는 곡은 안좋음.

암튼 나는 솔로를 못치니 조금 따듯하고 크런치 소리가 좋으면서 살짝 맹꽁한 소리가 났으면 했다.

 

그러던 중 큰 마음 먹음. 어차피 팔지도 못하는 기타 -가격이 똥값 되어버림- 그냥 내 취향껏 만들자 싶어 픽업을 교체. 처음엔 야들야들한 빈티지 컨셉을 한참 찾다가, 어디선가 읽은 글에 감동받아 EMG로 급선회.

글 내용은, 요새 빈티지 PAF 등 50년대 소리를 찾는다고 난리인데, 사실 당시 픽업이 엄청 잘만들어진 것도 아니고(기타도 마찬가지지만), 설계가 완벽하지도 않은 것을 힘들게 재현하겠다고 돈을 쏟아붓는게 이상하다는 내용. 실제로 PAF 만드는 방법은 간단하고 이미 다 공개되어 있다고 함. 만드는게 어려운건 아닌데 빈티지 마케팅에 고가격이 되었다고.

마치 고전 떡볶이 맛이 그립다고 미원과 싸구려 식자재를 사용하는데 가격은 1인분 5천원의 느낌.

 

귀가 얇은 나는 그 말이 맞는거 같아 최신 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. (그리고 요샌 EMG가  더 쌈) 그리고 EMG는 기타 원목이 좋으면 좋을 수록 소리가 더 좋아진다는 말에 혹했다. 액티브픽업 원리가 작게 수음하여 픽업 내 프리앰프가 작게 받은 소리를 크게 뻥튀기 시켜주는 것이기에 잡음이 덜할 수 밖에 없고 나무의 질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. 난 내 딘의 나무 품질을 믿어야만 함...값이 값이니 만큼.

 

그날 작업하느라 속뒤집어지는 줄 알았다. 인두질은 안해도 되는데, 문제가 기존 픽업이 들어갔던 자리에 새 픽업이 안들어가는 상황 발생. 새 픽업이 크기가 미묘하게 커서 안들어감. 이건 나무를 파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-당시 한밤 중이기도 하고, 이 비싼 기타를 푹푹 파내는건 좀 고민이 많이 됨- 자세히 살펴보니 픽업 커버가 아주 살짝 커서 걸려서 안들어거임.

넥픽업 자리엔 들어가는데 리어픽업 자리가 몇 미리 차이로 안들어가짐. 결국 한밤 중에 주차장 내려가 픽업의 옆부분을 망치로 내려치고 다시 올라와 맞춰보고 또 내려가 내려치고 다시 올라와서 대보고...두시간 동안 이랬음. 당연히 세게치면 안되고 살살살살.

이게 너무 내려쳐도 너무 벌어져도 안됨. 해보면 뭔 소린지 안다.

 

암튼 결국 완성. 그게 몇일이더라. 약 3주 전 이야기임. 소리 마음에 든다.

이제 투명하고 창백한데 엄청 쎈 소리가 안나고 꽁기꽁기한 소리가 남.